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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정치

온라인게임 마니아는 거의 항상 손해를 본다.

라인게임서비스가 크게 흥하지 않으면,
일부 마니아층만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게 되고,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끌려가게 되는 측면이 있다.
다른 플랫폼과 다르게 온라인게임은 개발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저의 반응에 촉을 세우고 기민한 반응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유저의 유입을 위한 비용을 들이는 결정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것은 십중팔구 현 마니아층에 일부 희생을 요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부분 접근성을 위해 게임의 일부정체성을 흔들 수 밖에 없기 때문.

물론 마니아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고, 신규유저를 유입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지만,
서비스 규모가 작을수록 비용은 한정되어 있고, 이 비용이 신규유저유입을 위해 투입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니아들에게 제공될 혜택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렇다면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현재 상황에서는 생존이 힘들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공유한 다음,

"게임의 정체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마니아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인가" 
"신규유저의 대규모유입을 위해 기본골격과 정체성을 제외한 많은 요소들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상태인가"
를 판단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전자를 선택해 "마니아에 대한 반발을 완충시키고, 조금씩 시장을 넓혀가는 쪽을 선택"할거라 생각한다.
그것이 가장 안전하니까...

하지만, 그런 점차적인 업데이트로 앞으로의 시장성을 보장받기 힘들고, 생존까지 위협받는 수준일 경우.
후자를 선택해  "접근성을 대폭 높이기 위해 신규유저의 입장을 위한 허들을 하나씩 허물어 가기 시작"한다.
그도 그럴 것이 서비스를 할 수 있어야 남아있는 마니아들의 불만이라도 듣고 말고가 가능하지 않은가?
 

론 이 과정을 지켜보는 마니아는 항상 손해를 본다.
심지어 신규유저 유입을 위한 게임성변경도 모자라 자신들에게는 주어지지 않던 신규유저전용 이벤트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열받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동안 서비스에 애착이 많은 마니아들에 대한 보상이 전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며, 
게임성을 변경하기 위한 양해를 구하는 공지라도 때려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위한다.

결국 마니아들은 성난 마음에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되고,
"게임의 변화가 게임을 살리는 길이라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보다 나으니까"...라며 
게임의 본질과 변화과정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는 얼리어답터로서 게임서비스의 흐름에 동참하기도 하고,
이 게임의 정체성이 자신의 생각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레벨이라 판단해 떠나기도 한다.

떠나는 마니아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좋겠지만,
마니아가 선택한 장르가 매우 작은 규모의 장르라면, 새로 둥지를 트게 될 게임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을테니 마니아의 입장에서 그보다 답답한 일은 없다.

특히 해당 장르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마니아일수록 그 공허함은 더 커져만 간다.


지막으로, 서비스규모가 커진 게임서비스는 초심을 잃고 말고를 떠나
규모가 커진만큼 서비스초기처럼 마니아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기 힘들다는 것도 마니아를 더욱 힘들게 한다.


임서비스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개발사의 현실마니아의 이상에는 항상 그러한 간극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