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게임/개발

처음으로 규칙을 만들었던 놀이


<팩맨의 게임학>(바로가기)을 읽다가

저자인 이와타니 토루가 책 초반에 어린 시절에 겪었던 몇몇 추억(특히, 트랩)이 
게임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가볍게 다루는 부분이 있길래

혹시 나도 그러한 영향을 받았을 법한 사건이 있었는지 추억을 더듬어 봤다.



어놀이


9살때, 아파트단지내 놀이터에 위치한 작은 집모양의 철제구조물에서

(위의 그림과 비슷하게 생겼고, 나는 그곳을 '개집'이라고 불렀다.) 
술래는 상어가 되어 개집의 지붕(배)위에 있는 뱃사람들을 잡아야 하는 술래잡기형식의 놀이였다.

상어가 배위 혹은 아래에서 뱃사람을 잡아먹을 수 있었고, 흔한 술래잡기가 그렇듯이

잡혀먹힌 사람은 상어(술래)가 되는 형식의 놀이였다. 

미있었던 것은 이 개집의 구조로 생긴 규칙이었다.
상어는 제한없이 자유롭게 놀이터를 돌아다닐 수 있었고, 물론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배위에도 마음껏 올라올 수 있었다. 다만, 높이가 약 1.3미터정도의 높이라서 9살의 소년들이 뛰어 오르기에는 약간이 시간이 걸렸고, 이 시간을 틈타 다른 뱃사람들은 배위에서 뛰어 내릴 수 있었다.


만, 개집에서 내려오면,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으로 설정해
수영을 해서 도망쳐야 했고 물론 놀이터는 당연히 바다가 아니라서 물이 없기 때문에(...)
깽깽이(한발로 뛰어 이동하기)로 대체했었다.
(처음에는 수영동작으로 돌아다닐까 해봤지만, 아무런 패널티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상어가 배위를 덮치면 바다로 뛰어내린 다음 다시 배 위에 올라가기 위해 배 주변을 빙빙 도는 친구도 있었고, 두 발로 뛰는 술래를 피해 깽깽이를 뛰다 지치거나 엎어져서 술래가 되는 친구도 있었다.

기서 비교적 머리회전이 빠른 상어는 배위에 오르는 척 하는 것으로 뱃사람들을 바다로 내몰았고, 
이 속임수에 걸려든 일부 뱃사람들은 재빠르게 배위로 올라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그대로 상어밥이 되어 술래가 되기도 했었다. 

이 과정에서 상어에게 친구를 던지는 생존전략을 구사하는 친구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시에 나는 키가 무지 작았었기 때문에 배위에 올라가기 힘들고 깽깽이의 속도도 빠르지 않아
자주 술래가 됐었고, 술래를 빨리 끝내기 위해 술래가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사냥방법을 고안했었단 것 같다.
효율적인 사냥을 하려다보니 이것이 변칙이 되면서 나름의 레벨디자인같은 개념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사냥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꼈었던 것 기억이 있다.

실, 위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미 있는 규칙의 놀이(술래잡기)에 가깝지만, 놀이터 지형지물의 특성에 맞게 규칙을 새로 정하는 것으로 전혀 다른 느낌의 놀이가 되었고(당시에는 그렇게 느꼈다.) 이것이 또래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있어 보였는지 나름의 유행이 되어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되었다.

 
그외에 재미있었던 것은 
친구들이 깽깽이가 너무 힘들고 술래의 사냥술이 발전하면서 술래가 바뀌는 일이 너무 잦아지자 필요에 따라 발을 바꿀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가 묻기도 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정해주는 최초고안자(?)로서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따지고 보면 (굳이 껴 맞춰보자면) 실시간 밸런스패치도 담당했던 것이 아닌가?!


놀이는 1년뒤 훌쩍 키가 커서 개집위로 훌쩍 뛰어오를 수 있는 넘사벽급의 술래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이 없어 막을 내리게 되었다.



'게임 > 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레드러셔가 Slide DB의 메인화면을 장식!  (6) 2013.02.15
레드러셔 라이트버전 공개  (4) 2013.01.21
레드러셔 티저사이트 개장  (2) 2013.01.15
레드러셔 예고영상  (6) 2012.12.24
피타~고라~ 스잇~치!!♬  (0) 2011.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