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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플레이

[PS4] 페르소나 5



페르소나5(이하 'P5')가 한국어번역되어 출시되었다.


PS2로 출시되었던 페르소나4(이하 'P4')의 출시가 2008년임을 돌이켜 볼 때 오랜만에 나온 것 같다. 

JRPG로 분류되는 게임들을 건드리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지만, 이 시리즈는 페르소나3(이라 'P3')부터 오랜동안 많은 상호작용들을 잘 연계시켜 구성해 온 덕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플레이는 약 110~140시간정도 한 것 같고, 2회차 엔딩을 보았으며, 모든 도전과제를 달성하여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했다.


오랜만에 잡는 페르소나 후속작이라 매우 반가웠고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게임플레이 인생 두 번째 플래티넘


P5에 대해 무슨 내용을 다룰지 고민하다가 기존에 체계화를 시도하다 망해서 발행하지 않은 글이 너무 많은 관계로 서사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중심으로 다룰 수 있는 만큼만 다루어 보기로 했다.


※ 페르소나 시리즈 1, 2편을 해보긴 했지만, 당시에 클리어하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경험이 약 15년을 초과한 상태라 시스템도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아 P3, P4, P5만 언급하기로 한다.




▶ 캐릭터

P5는 고등학생인 주인공이 이끄는 괴도단이 왜곡된 심성을 가진 성인들을 개심시키기 위해 내면에 존재하는 공간에 잠입하여 보물을 훔치기 위해 쉐도우(개심 대상인 캐릭터의 형상화된 무의식)와 맞서는 작전수행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캐릭터성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P4와 비교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가볍게 다루어 보고자 한다.


P4의 동료캐릭터를 영입하는 과정은 아래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1) 동료예정 캐릭터가 내면의 갈등을 보유

2) 이 갈등과 고민이 점점 확장되면서 본인의 내면을 테마로 한 이세계와 쉐도우(본인이 인정하기 싫은 일면이 극대화되어 나타난 또 다른 자아)가 생성

3) 동료예정 캐릭터는 스스로 쉐도우(내면의 갈등)를 받아들이지 않아, 쉐도우가 폭주하여 해당 캐릭터를 죽이려 듬.

4) 주인공은 이 상황에 개입하여 쉐도우와 맞서 승리하고, 구출된 캐릭터는 인정하기 싫었던 내면을 용기내어 인정하는 것으로 페르소나라는 힘을 얻게 되고, 주인공과 동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할 것은 캐릭터의 내면의 갈등과 성장을 게임 내 서사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기 때문에 하나의 캐릭터에 대한 이해접근성이 높아진다 할 수 있고, 이것은 P4가 캐릭터성을 확보하는 것에 상당히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었다.


P5의 동료캐릭터는 이러한 과정이 다소 P4에 비해 축소되었다.

P4와 같이 캐릭터가 가진 내면의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P5 대부분의 캐릭터는 P4와 같이 해당 캐릭터의 내면을 스테이지화하는 정도로 두텁게 구성되지 않았으며, 그나마 '사쿠라 후타바'만 동료캐릭터 중 유일하게 내면의 이세계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동료캐릭터들은 동상적으로 사건의 흐름에서 내면의 갈등을 스스로 극복하고, 각성하는 것으로 페르소나를 얻게 되는데, P4에 비해 밀도있게 다루어지지 않는 탓에 존재감이 아쉬운 캐릭터가 적지 않다.



P4의 캐릭터 내면의 갈등으로 발생한 이세계와 형상화된 쿠지카와 리세의 쉐도우


더불어 주인공은 P3, P4에 비해 복장이나 표정, 외모같은 외형 디자인이나 다양한 표정 등으로 존재감이 높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주변 동료캐릭터의 존재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전작에 비해 표정과 음성대사가 많은 주인공



▶ 일상 상호작용

P3, P4, P5의 주인공은 전투 상호작용을 위한 능력치 외에 일상에서 주변인들과 상호작용하기 위한 능력치를 보유하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지식, 담력, 손재주, 상냥함, 매력

'파라미터'라 부르는 해당 능력치는 아르바이트나 주변캐릭터와 중요 대화 이벤트, 혼자서 공부를 하는 등의 전투와 관련없는 일상 활동을 통해 성장시킬 수 있고, 이 능력치의 성장단계에 따라 주인공이 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가 추가되거나 확장된다.

이를테면, 담력이 높아야 험악한 인상의 아저씨와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거나 손재주가 높아야 잠입을 위한 도구를 더 많이 제작하는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등의 상호작용이 있다.


이러한 일상에서 가장 확실한 피드백을 받는 요소에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같은 시험이 있는데, 평소에 지식을 쌓기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면 지식 파라미터가 높아지게 되고, 시험성적이 상승하는 것에 기여한다. 지식 파라미터의 최대 성장수치를 달성하면 전교 1등도 달성 가능하다.


P5의 일상은 이러한 부분에서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상호작용이 전작에 비해 부실함이 발견된다.


가장 아쉬웠던 경험은 시험에서 연속으로 전교 1등을 한 주인공이 수업 시간 중 교사가 제시한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할 때마다 "문제아인줄 알았더니 의외로 공부 잘 할지도?"와 같은 같은 반 학생의 반응을 매 수업때마다 예외없이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는 것은 전작에서 성적 달성상태에 따라 "역시 주인공은 공부를 잘 해!"같은 형태의 단계적 반응에 비해 부실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비슷한 경험으로 전교 1등의 주인공이 도서실에 방문하면, "저 문제아가 도서관에 와?"같은 반응이 1년 내내 반복되는 것이 있겠다. P5는 전작에 비해 주인공의 성장에 대한 단계적 보상이 눈에 띄게 축소되어 서사의 몰입이 저하된다.


또한, 상냥함이 최대치여야 진행 가능한 이벤트에서 상냥함의 성장을 위한 경험치를 보상으로 제공하는 등 일상 상호작용이 전작에 비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흔적들도 종종 드러난다.




▶ 학교 생활

P5의 서사는 위에서 언급하는 것과 같이 왜곡된 심성을 가진 성인들과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목표가 성인이다보니 괴도단의 활동영역은 학교보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괴도단의 작전수행을 위해 방과후 많은 정보를 획득하고, 준비를 하기 위해 주인공의 일상 활동영역은 일정 규모 이상으로 넓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생활은 정체를 가리기 위한 위장수단정도로 설정하고, 축소시키는 것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고 합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페르소나 시리즈의 주인공은 대부분 고등학생이었고, 학교 생활이 중요하게 다루어진 시리즈의 상징성때문인지 P5는 학교 생활을 P3, P4와는 다르게 방과후 클럽활동이나 교내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대폭 축소하는 등의 구성으로 비중을 낮추기는 하였지만, 주인공과 동료캐릭터들이 학생이라는 것에서 학교를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수상한 녀석(?) 한 마리와 또래의 히키코모리 한 명을 제외하고 전원 고등학생이다.

바꿔 말하면, 학교 생활의 비중이 전작에 비해 낮아진 것일 뿐 여전히 중요한 공간으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일상의 시작이 등교로 시작하기 때문에 학교는 여전히 서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고 학교 밖의 활동영역이 다양하게 느껴질 만큼의 스케일감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어서 학교의 빈약한 존재감과 연계되어 주인공의 동선이 실제로는 할 것이 많기는 하지만, 단순하게 느껴지는데, 방과 후 활동을 포함하여 학교생활에 집중시켜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였던 P3, P4에 비해 P5는 학교와 주변 거리 양쪽의 빈약한 구성에 위화감이 생기는 아쉬움이 있다.


P5 학교에도 3개 층에 비교적 디테일하게 구성된 실습동(방과 후 활동을 위한 공간)이 있음에도 이 구역을 게임 시작 초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인해 두 번 정도 방문하는 것 외에 일체 활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개발 도중 소재가 부여한 제약에 의해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 서사

P5의 기본적인 서사는 사회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개인을 개심시키는 것이다.

이중 첫 번째 개심대상인 '카모시다 스구루'는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이 있다. (기사 링크)

게임에서도 이 사건은 다른 사건들에 비해 좀 더 섬세하게 원인과 과정을 담고 있는데, 카모시다가 권위를 가지고 폭력을 휘두른 것에 대해 주변 어른들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음을 고발한다.



카모시다가 괴물이 된 것은 카모시다 개인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욕망과 학교의 욕망이 합쳐져 나온 결과이다.


하지만, 이후의 사건들은 주변 인물을 포함하여 원인과 갈등을 인지하는 과정이 카모시다 사건에 비해 생략되어 있으며,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개인의 책임'에 한정지어 다루어지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사회 문제 성찰에 제동이 걸린다.


인지에 대한 부실함은 괴도단이 가진 세계관의 한계로 연계된다.

카모시다 이후 등장하는 어른들은 전적으로 누군가의 동조나 방관에 의해 생겨난 괴물이 아니라 본인의 성격이나 선택이 중심으로 자리잡는다. 마다라메같은 경우는 차후에 다른 캐릭터로 인해 그나마 약간의 개연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다른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또한 사회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대중에 대한 경고의 의미로 메멘토스라는 공간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위대한 영웅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서사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으며, 행복한 결말과 다르게 개인의 성찰이나 사회적 성찰이 부족한 대중은 메멘토스로부터 진정한 해방을 이루어 낼 성찰의 계기를 부여받지 못한 상태에 머무르게 되면서 공허함이 자리잡게 된다.



메멘토스는 대중이 만들어 낸 무의식이 형상화된 이세계




▶ 배경 아트워크

P5의 배경 아트워크는 처리능력이 떨어지는 PS3버전은 넘어가더라도, PS4버전은 화면해상도 외에 PS3버전과의 차이를 알아보기 힘든 정도의 퀄리티를 보이고 있다.


특히, P5의 배경 모델링 텍스쳐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적지 않다.

이세계 던전 중 하나인 메멘토스에 진입했을 때 이 문제가 좀 더 드러나는 편인데, 무작위로 길을 생성하는 시스템적 특성이 있다 하더라도, 다른 배경아트워크에 비해 허술하고 지저분한 인상이 들어 매우 아쉬웠다.



메멘토스는 정말 없어 보인다.


일상의 공간들도 텍스쳐 사이즈의 분배가 불안정한 것인지 카메라 돌릴 때마다 지저분하게 깨진 텍스쳐가 널려있는 것을 보이는데, 덜 신경쓰이는 영역이기는 하지만, 같은 공간에 눈에 띌 정도로 밀도가 다른 텍스쳐가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않아 아쉬웠다.



요소마다 텍스쳐 사이즈가 많이 다른 관계로 어색하게 보이는 장소가 적지 않다.




▶ 여성 주인공이 없다.

P3는 PSP버전으로 이식되면서, 주인공을 남성과 여성으로 플레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 P4는 PS VITA로 이식되었지만, 주인공 '나루카미 유우'만 등장하게 된다.


P3P는 좌측의 파란 머리 남성과 우측의 붉은 머리 여성 중 한 명을 주인공으로 선택해서 진행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문의에 개발사가 예산 문제로만 풀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사족을 달아 문제가 생긴 것 같다. 추가로 게임 내에서도 여성캐릭터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적지 않아 개발사의 답변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변경된 전투 시스템 요소

페르소나 시리즈 전투의 핵심은 적을 다운 상태로 만드는 약점 공격과 적 전원을 다운시킨 뒤 발동시키는 합동공격, 그리고 이 상황을 확정에 가깝게 실현하기 위한 캐릭터 편성과 연계에 있다.

P5는 이 부분에 대한 큰 변경없이 명확하게 계승했으며, 이해가 어렵지 않은 시스템이라 플레이 전략을 구성하는 것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P5의 전투가 기존 P3, P4와 다른 것은 스테이지 테마에 맞춘 쉐도우들이 양산되어 나오는 것이 아닌 전투 진입 전 필드에서 조우한 적과 전투에 진입하면 페르소나화가 되어 있고, 이들과 전투 도중 조건에 따라 협상을 하거나 동료로 합류시키는 등의 선택지가 발생하는 것에 있다.



P4의 적은 스테이지의 테마에 관계된 적들이 등장한다.


P5의 적은 전투 진입 전 스테이지의 테마에 관계된 적들이 등장하며, 전투에 진입하면 페르소나가 된다.

P4는 테마에 맞춘 적이 나오는 것에 의해 지속적으로 동일한 외모의 적과 맞서는 것에 대한 지루함을 페르소나화하면서 일부분 해소했는데, 페르소나의 기반이 되었던 진여신전생 시리즈를 좀 더 적극적으로 계승했다고 볼 수 있고 덕분에 P3, P4보다 좀 더 다양한 적과 마주치게 되어 만족스러웠다.


또한, 페르소나와의 전투에서 상호작용 선택지가 풍성해져 지루함이 더 희석될 수 있었던 것 또한 만족스러웠던 부분이다.




▶ 2회차 플레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P5는 모든 시나리오를 클리어하게 되면, 기존 데이터를 계승하여 처음부터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2회차 플레이 시스템을 제공한다.


P5의 2회차 플레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2회차 플레이 방식인 성장 상태 계승과 성장 계승에 맞춰 더 어려워진 난이도와는 다른 기존에 선택하지 못했던 행동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형태로 다음 회차 플레이에 대한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계승되는 것 중 핵심 계승 요소는 엔딩 직전의 주인공 파라미터, 장비, 자금, 페르소나 목록, 일부 아이템,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단계까지 달성한 주변인물을 활용할 수 있는 최고 보상 아이템이 있다.


최저 레벨에서 다시 시작하지만, 플레이 초반부터 강력한 장비와 페르소나 목록과 자금을 보유한 상태로 시작하는 덕분에 초반뿐만 아니라 후반까지 플레이가 상당히 쾌적해진다. 또한, 이전 플레이에서 주변인물과 관계를 최대로 쌓는 경우, 사이가 좋아지는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되는데, 이것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좀 더 다양한 일상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진행할 수 없었던 숨겨진 보스와의 전투에 도전할 수 있게 되는데, 해당 전투의 난이도는 최종보스보다 어렵기 때문에 2회차 플레이의 최종목표에 가깝다.



2회차부터 P5에서 가장 어려운 전투에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사실상 서사의 축을 크게 흔드는 분기는 없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인 것이 아쉽다. 물론 소소한 반응만으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경우에는 부담없이 즐길만 하다.




※ 정리

전작이 개인의 갈등을 비중있게 다루었던 것에서 P5는 무리하게 사회의 갈등에 비중을 둔 것이 아쉽다.

사회를 조명하고 고발하는 것은 매우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P5는 사회문제에 대한 갈등을 근본적인 측면에서 조명하기보다 정치혐오에 기댄 전개가 이루어졌으며, 개발진들이 다루고 싶었던 대부분의 사회고발은 카모시다를 제외하고, 담론을 이루어내는 것에 실패했다.


다음 페르소나는 좀 더 선명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주제의식을 담아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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